Hard Code 감상평

2009.10.29 01:25

Hard Code 감상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랫만에 재미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사실 제목에서 풍기는 연상은 무언가 개발 방법론이나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야기 뭐
하다못해 Writing Secure Code 같은 책이 아니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Writing Secure Code 를 이 책에서 언급하기도 하네요) 전혀 다른 책이었습니다.
물론 개발 방법론이나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코드는 단 한줄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이슈를 풀어나갑니다. 개발 환경에 대해 친한 형이랑 술한잔 하듯이
마음편히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성 칼럼의 모음집입니다.

IT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고민거리, 개발 분야에서의 고민거리 뿐만 아니고
팀과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상사와의 문제, 이직 문제, 클라이언트와의 문제
관리자 이슈 등 대부분의 업무성 사회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들이,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고 인재들만 모일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다른 회사와는 다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 "Microsoft
미국 본사" 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을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뭐 일단 사실
이런 문제는 큰 회사건 작은 회사건 어디서나 발생하고 있고, 얼마나 능동적으로
그것을 헤쳐 나가느냐가 요지겠지만요 그래도 필자는 그걸 강조합니다. "MS 도
사실 이렇다
." 그럼 보는 사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MS도 막장이란 말야?"

어쨌든 칼럼 형식이라 단막극의 연속이고 부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걸작이지만, 회의 에 대한 저자의 역설은 제가 정말 공감하며 읽은 부분입니다.

"제 시간 좀 그만 낭비하시죠. 제발 제발 부탁이니 제 시간 좀 그만 낭비하시겠습니까? 회의를 주최했다고 참석자들 시간을 쓰레기처럼 취급해도 좋다는 생각이 어떻게 되는 지 모르겠다"

1. 왜 모였죠?
2. 목적이 뭐죠?
3. 저 사람들은 왜 참석했죠?
4. 왜 이제서야 말하죠?
5. 다음 단계는 뭐죠?

결정을 내리는 회의?  - 결정권자만 초대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나중에 이메일로
알리면 된다. 꼭 필요한 결정권자가 참석하지 못한다고? 회의를 취소하라. 당장!
자칫하면 나중에 모두가 참석해서 이미 거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저런 식으로 푸념을 내뱉는데 내공의 깊은 의미 그리고 문장력까지 정말 일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푸코의 진자로 유명한 움베르트 에코의 문장 작성 스타일을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에서 움베르트의 거친
표현력은 하이라이트에 달합니다. 특유의 여과 없이 내뱉는 비유와 은유는, 욕 뿐인
육두문자보다 훨씬 더 날카로우면서 과장된 미화 없이도 시적인 문장의 미 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물론 번역가 분들도 정말 훌륭하시죠!). 제가 글 쓰는 스타일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 움베르트 에코인데 이 책의 저자인 에릭 브레히너도
그런 부류 같아서 사실 너무 책 보는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표현들...

(지하철에서 이 책 들고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는 넘 보신 적 있으시면 그건 바로
접니다 ;;; )

나도 안다. 보안은 진짜 진짜 개떡같은 문제다. 어느 얼간이 해커가 스스로는 구현할 엄두도 못 낼 시스템에서 소소한 코드 오류나 구성 허점을 찾아낼 때마다 언론이라는 똥파리들은 광분해서 날뛰며 우리 고객들에게 코드가 엉망이라고 떠들어 댄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느 조무래기가 수백만 줄 코드에서 단 두 줄을 간신히 악용했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나도 잘 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수백만 줄에 이르는 코드와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서버팜과 수백 아니 수천에 이르는 의존성과 협력업체가 존재한다. 이 모두가 언제 어느 순간에 야비하고 악의적이며 아직도 엄마한테 빨래를 맡기는 멍청한 얼간이가 휘두르는 칼날에 희생될지 모른다.


사실 일단 서적으로 나온 만큼 어느정도 마케팅 전략도 있어야 하니까 MS 문화의
이야기임을 밈과 동시에 초반에는 약간 Hard Code 라는 제목에 걸맞도록 개발
위주의 문화에 대해 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관리자, 팀장 쪽이나
타 부서와의 협업, 퇴직 이직관리 등 IT 분야가 아닌 일반적인 회사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이야기가 진행됩니다(사실 저는 거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MS에 대해 신나게 욕하다가 마지막에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지 MS 찬양론
비스무리한 느낌으로 마무리가 되긴 하네요. ;)
(그래도 역시 우리 회사가 좋습니다 !!! 뭐 그런 느낌 ㅎㅎ)

어쨌든 조엘 온 소프트웨어와 물론 많이 다르지만 일정 부분은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번역인도 동일인 !!!)

저는 서론을 처음에는 절대 보지 않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는
약간의 편집증틱한 버릇이 있는데 책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가상의
인물인 "나잘난 박사" 는 대체 원문으로 뭐라고 되어 있었을까... 가장 늦게 살펴보는 서론에
그 원어가 나와 있더군요. "I.M.Wright" 였습니다. 참 재미있는 직역이네요. :)

암튼 찌든 업무에 모든 일상을 다 뺏기고,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또는 "우리
회사는 우리 팀은 왜 이모냥 이따구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기분전환으로 뭔가 읽고 싶지만
소설이나 문학은 눈에 안 들어오고 잡지는 흥미가 없고 또다시 기술 서적이나 봐야 하나
싶으신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퇴근 용으로 몇 칼럼씩 보시면 아주 좋을 것으로 강추 합니다~ :)

window31.
2009년 10월.


신고
Posted by window31


댓글을 달아주세요

  1. seyool
    2009.10.29 09:0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 2009.10.30 21:2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세율님도 많이 공감하실듯 ㅎ
  2. 2009.10.29 09: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퇴근할때~~ 살포시 서점 들러봐야겠네용..ㅋㅋ
  3. 2009.10.29 12:4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재밌을 것 같은데요?
  4. 2009.10.29 17:3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전 왜 hardcore로 보였을까요? -_-;
    • 2009.10.30 21:2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헛.. 경문대장님께서 그 단어를 거론하신 순간
      저는 p2p 의 검색 리스트를 떠올렷다는 ;;;;
  5. xeraph
    2009.10.30 12:1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도 나중에 윗문단 인용하려고 했는데 뺐겼네요 ㅋㅋㅋ 머리에 피도 안 마른 ㅋㅋㅋ
    • 2009.10.30 21:2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ㅎㅎ 저는 "아직도 엄마한테 빨래를 맡기는" 이거에 올인 ㅋ
  6. 2009.10.30 14: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주말에 빌려서 봐야겠네요 ㅎㅎ
    좋은책 추천 감사요~

BLOG main image
by window3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85)
Reverse Engineering (22)
C, C++ (20)
Kernel (8)
Guitar (19)
잡담 (79)
etc (8)
who am i (8)
보안 이야기 (89)
Tools (3)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그.. (28)

글 보관함